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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식비 폭등…어르신들 끼니 걱정

지난 5월 22일 오전 11시30분, LA한인타운 올림픽 불러바드와 노먼디 애비뉴 인근 다울정 야외식탁에서 도시락을 먹은 세실리아 서(86) 할머니. 서 할머니는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가 LA시 노인국 제공으로 나눠주는 ‘한식 도시락’을 누구보다 반겼다.   “양식 도시락을 두 달 정도 먹었고 5월부터 한식을 먹고 있어요. 한식 도시락이 정말 좋아요. 밥과 김치가 있고, 날마다 불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메뉴가 달라 질리지 않아요. 양식 도시락은 안 먹을 때가 많았는데 한식은 다 먹어요.”   LA 최대 인구밀집지로 꼽히는 한인타운 거주 시니어들이 소중한 ‘점심 한 끼’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부분 이민 1세대로 은퇴한 이들은 팬데믹 이후 무섭게 치솟은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계기사 4면〉   관련기사 무료 점심 경쟁률 4대1…개선 시급 특히 최근 LA시가 저소득층 시니어들에 제공하던 무료 음식 배달 프로그램도 8월부터 종료될 예정이라 한 끼 식사를 고민하는 한인 시니어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니어에 ‘점심 한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충분한 영양소 공급 기회이자, 친구 및 지인과 교류하는 소중한 ‘친목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서 할머니는 LA노인국과 시니어센터가 주중 5일 제공하는 무료 한식 도시락을 ‘행복’으로 표현했다.     서 할머니는 “늙으니까 모든 게 다 귀찮아요…밥 해 먹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니까요”라며 “라면도 끓여 먹기 싫어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컵라면을 먹곤 했어요. 이렇게 도시락 주기 전에는 배고플 때도 많았죠. 근데 요즘은 배고플 때가 없어요. 점심 먹고 남은 건 집에 가져가서도 먹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 할머니처럼 무료 도시락 혜택을 받는 시니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저소득층 생활보조금(SSI)과 사회보장연금(SS)이 유일한 수입원인 한인 시니어들에게 요즘 점심값은 버겁다.   지난 5월 7일 정오, LA한인타운 버몬트 애비뉴와 4가에 위치한 ‘시즐러’에서 친구 6명과 샐러드(약 14달러) 점심을 먹은 권성주(85) 할아버지는 “팬데믹 이후 식당 메뉴 가격이 20~30%는 올라 시니어들이 사먹기엔 어려워졌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권 할아버지는 “예전에는 시니어 우대 식당을 가면 3달러에 점심을 먹을 수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다 사라졌다”면서 “요즘은 식당에 가면 점심값으로 20~25달러를 내야 하는데 정말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인트로 la한인타운 시니어 la한인타운 올림픽 정오 la한인타운

2024-06-19

무료 점심 경쟁률 4대1…개선 시급

본지는 지난 한 달 동안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 패스트푸드 체인점,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한인 시니어들을 만나 살림살이를 물었다. 한인 시니어 약 10명이 받는 SSI는 일인당 평균 800~900달러, 연금(SS)은 평균 1200~1400달러였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생활비다. 이들은 이중 300~350달러는 노인아파트 렌트비로 내고, 남은 돈은 식비 등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비싼 점심, 시니어 웰빙 위협   이렇다 보니 점심 한끼 해결은 한인 시니어들 사이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메뉴당 5달러 이상(20~30% 인상) 가격이 오르면서 밖에서 사 먹는 점심은 사치가 됐다. 한인타운 푸드코트(메뉴당 세금포함 12~17달러)와 런치 스페셜(메뉴당 세금 및 팁 포함 13~15달러)을 제공하는 식당으로 시니어가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20일 정오, LA한인타운 6가와 마리포사 애비뉴 시티센터 2층 푸드코트에서 친구 2명과 한식을 먹은 박정숙(72) 할머니는 “예전에는 친구에게 ‘만나서 점심 먹자’고 해도 부담이 없었지만, 지금은 점심 먹자는 말을 (돈 때문에) 꺼내기 어렵다”며 “만나도 식당은 잘 안 가게 되고 푸드코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친구 두 명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LA한인타운 6가와 버질 애비뉴 ‘잭인더박스’에서 커피를 마시던 짐 이(83) 할아버지는 “시니어에 점심 할인을 해주던 한식당이 다 없어져 갈 곳이 없어졌다”며 “이제는 맥도널드 빅맥 한끼를 먹어도 10달러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팁을 안 줘도 되는 곳만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점심 한끼, 시니어들 친목의 장   시니어들이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 측은 “무료 점심 도시락을 먹는 분들이 주로 70~80대”라며 “이분들은 생각하는 것만큼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직접 몸을 움직여 식사를 차리는 일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시니어에 점심 외식은 친구들과 친목을 나누는 ‘소중한 사교 시간’이기도 하다. 점심 한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시니어 외로움과 스트레스 해소의 장인 셈이다. 제니퍼 한 할머니는 “연금 1100달러와 남편 간병비를 받아 생활비를 해결한다”며 “우리도 가끔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 점심 외식이라도 해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듣지 않겠느냐”고 시니어들의 현실을 들려줬다.   지난 2023년 연방 공공보건서비스부가 발표한 보고서 ‘외로움과 고립감의 팬데믹(Our Epidemic of Loneliness and Isolation)’은 “소수계 인종 및 민족 시니어들은 외로움과 고립의 위험에 처해 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시니어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친구 두 명과 시티센터 푸드코트를 찾은 준 유(78) 할머니는 “타주에 살던 시니어, 해변가에 살던 시니어도 (친구가 많은) 한인타운으로 모이고 있다. 그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라며 “시니어가 모여서 서로 교류도 하는 (정부 보조 또는 할인) 식당이 다시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니어 무료 점심 경쟁률 4대1   현재 LA한인타운에는 LA시 노인국과 계약을 맺고 시니어에 약 3달러에 점심을 제공하던 식당은 모두 사라졌다. 그 이유는 일손 부족과 높아지고 있는 인건비 때문이다.   7가와 버몬트 애비뉴 인근 바베큐가든 관계자는 “전에 이곳에서 장사하던 사장님이 시와 계약을 맺고 시니어에 점심을 제공했지만, 현재는 직원 부족과 인건비 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LA노인국은 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이사장 신영신) 요청으로 지난 1월16일부터 60세 이상 시니어와 저소득층 약 225명에게 주 5일 무료 점심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도시락은 지난 5월1일부터 양식에서 한식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하지만 한인 신청자가 1000명이 넘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신청자들은 무료 점심 한끼, 선착순 4대1 경쟁률을 뚫기 위해 월~금요일 오전 7~8시부터 줄을 서고 있다. 센터 측은 노인국에 도시락을 500개까지 늘려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신영신 이사장은 “LA시가 충분한 점심을 제공하면 시니어와 저소득층이 밥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 한끼를 제공하는 것은 굉장히 현실적인 도움인 만큼 관련 예산을 더 편성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LA시 노인국은 시니어 약 6000명에게 시니어 음식 프로그램(Senior Meals Program)을 통해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삭감을 이유로 오는 8월부터 ‘긴급대응 노인식사 프로그램(Emergency Rapid Response Senior Meals Program.RRSMP)’이 중단될 예정이다. LA카운티 노인 및 장애인국(ADD)에 따르면 시니어 음식 프로그램 이용자 3만7588명 중 545명이 한인이다.   UCLA 아시안 아메리칸 연구센터(AASC)가 지난해 발표한 가주 아시안 아메리칸 음식 불안정 보고서(Food Insecurity and Asian Americans in California)에 따르면 연소득이 연방소득수준(FPL) 200% 미만인 60세 이상 한인 시니어의 5명 중 1명 꼴인 22.8%가 음식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또한 영어를 ‘잘 못한다’ 또는 ‘전혀 못한다’고 답한 한인 시니어의 음식 불안감(23.7%)이 영어를 잘하는 한인 그룹(18.3%)보다 높았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한인 시니어층 점심 시니어 정오 la한인타운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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